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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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어려서부터 지우개를 좋아했다. 작고 말랑한데다 한 손에 쏙 들어오고 값도 비싸지 않아서였다. 훌쩍 키가 자란 뒤에도 지우는 종종 우울에 빠져들 때면 손에 미술용 떡지우개를 쥐고 굴렸다. 그러면 어디선가 옅은 수평선이 나타나 가슴을 지그시 눌러주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대단히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없어도 그럭저럭 무난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일었다. 물론 그런 기분은 잠시뿐이고, 나쁜 일은 계속 일어나며,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는 걸 알았지만. 스스로에게 희망이나 사랑을 줄 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해 지우는 자신에게 겨우 '할일'을 줬다. 그중 하나가 연필 가루 위에 연필 가루를 얹는 일, 선 위에 또다른 선을 보태는 일이었다. 가난이란...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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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은 내가 새로운 것에 뛰어들어 익숙해지려 발버둥 치던 시간이었다면 2024는 익숙하지만 완전히 익숙해질 수 없음에 힘들어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와 경험을 했고, 사회적으로도 수많은 뉴스와 소식들로 왁자지껄 했던 한 해였다. 큼지막하게 돌아본다면1~4월까지는 2023 12월부터 시작했던 코딩 교육에 아주 몰입하여 배우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취업준비도 진행하다 운이 좋게 교육이 끝나기 전에 취업이 되어 5~7월에는 직장에서 일을 했다. 처음으로 개발자로서 현업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교육에서 배웠던 것들을 적용해보기도 하고, 또 새로이 배우는 것들이 신나기도 했다. 일하는 것이 재밌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퇴사를 결정했다. 8월부터는 다시 공부하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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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에 잎 그림자 몰아치는 날슬픔이 꼭 훌륭해야 할 필요 없잖아요 버려야 될 빗들 화병에 꽂아놓고새로운 방식의 꽃다발을 만들어요털 가닥이 쏟아지는 구름무너지는 겨울 장마의 한편을 헝클어뜨릴 계획이니까요단정해지는 건 싫어요당신의 말에 따라 두 갈래로 갈라졌던 길예측할 수 있는 모든 가르마에 대해차라리 밀어버리자고요 적당히 우스워지며 실패를 사로잡는 법나무빗의 손잡이를 잡을 때아직도 난 빗을 숲이라 믿는 사람화장대에 놓인 숲을 머릿속에 들이미는 사람딱딱하고 무심한 덩어리, 빗질을 따라 흩어지는 벌레들이 빗을 망치 삼아 휘두른다면?당신의 뒤통수, 연약한 구멍의 어딘가를 후려친다면?코피를 질질 흘리며 저물녘 하늘에 가닿을 거예요피를 흘리는 일에게, 피를 흘리는 자로서 내일은 신년이니까어제도, 내일모레도, 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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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눈물이 많은 일도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아득하다 나는 이제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좋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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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고 어두웠고 지금은 새벽이군, 어렴풋이 인식했고 당연한 일이라며 시간을 흘려보냈는데 여전히 어두웠고 순간 나는 새벽이라는 시간을 무수히 지나쳐왔다고 느끼게 되었다. 새벽, 그렇게 있으면서 새벽에 깨어나면 눈뜬 채 가만히 누워 있기도 간혹 앉아보기도 했고 하지만 밖으로 나가지는 않고 새벽은 매번 지나가고 있었고 또다른 새벽에는 물론 꿈속이었을 테고 어느 날 깨어날 때도 눈감은 채 잠을 청하거나 날 밝길 기다렸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때마다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았다면. 깨어난 새벽마다 어디든 나가보았다면 무엇을 볼 수 있었을까. 어떤 일을 겪었을까. 그러므로 나는 새벽, 지금에라도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느꼈네. 몽롱한 상태로 마침 이곳은 고향집이었으므로 더 가볼 수 있는 곳은 시내가 아니라 제(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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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중 찰나의 포착도 기다림의 결실1) 무슨 일이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정하기살아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뿌리는 서서히 형성되는 것이다.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2) 나는 되어가는 존재라고 믿는 것3)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를 보상으로 여기는 것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The journey is the reward.오직 돌아보면서 점들을 연결할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속도에 맞춰 생각을 정리하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과 가까이한다는 것은 책의 물성이 주는 편안함에 녹아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종이의 부드러움, 단정한 활자가 주는 안정감, 활자와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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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트루니에는 썼다. '크리스마스와 정월 초하루 사이의 기이한 일주일은 시간 밖에 있는 괄호 속 같다'고. 십분 공감하며 이 글을 시작해 본다. 한 해가 끝나기 전, 마주하는 이 시간은 이미 나의 손을 떠나간 것처럼 보인다.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간을 더이상 잡을 수도, 잡고 매달릴 수도 없다. 마음이 묘하게 붕뜬다. 설렘과 쓸쓸함이 혼재되어 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역시 올해도 완성하지 못했다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는 아쉬움과 새해엔 달라질까 싶은 기대가 뒤섞여있기 때문에. 전혀 달라진 건 없지만 올해 유독 외운 문장이 있다. '너도 내가 좋아할 때나 특별하지'이 말은 즉슨, 너도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별 볼 일 없다는 말이다. 사랑 앞에 설 때마다 상대방은 너무 거대해지고 자신은 납작해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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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불과 11월에 했던 다짐을 잊고 회고를 미뤄두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럴 수 없어... 다시 정신 차리고 기록을 해보잣. 11월 이후 새로운 교육과정 110일 중 벌써 40일 정도가 지났다. 시간은 왜 이리 빠르게 지나갈까요 GOOD 1) 기록은 힘! 나의 치팅페이퍼 배웠던 것들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것들인데 아!! 뭐였지 하는 순간들이 많다. 배웠던 것들을 주워 들었던 것들을 그때에는 멋모르고 적었지만, 뒤늦게 이게 뭐였지 할 때 다시 내가 쓴 글로 돌아와 그때에야 제대로 이해했을 때의 기쁨이란! 다시 적어보며 이해할 때도 많았고, 글로 적어보았을 때 더 확실한 개념이 머릿속에 들어온 적이 많았다. 지난번에는 오늘 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