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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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니체가 생각하는 운명과 우리 자신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 인간들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는 '사랑의 투쟁'이라는 말로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과 투쟁하고, 다른 사람들과 투쟁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강화시키고 고양시킬 수 있습니다. 인생은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운명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날지, 어떤 외모와 지능을 갖게 될지, 어떤 병에 걸릴 것인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 것인지 등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인생은 이러한 운명과의 싸움입니다. 이러한 싸움에서 우리는 좌절하면서 자신이 부딪힌 운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진 운명에 비해 너무나 가혹했고 인생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한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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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교묘하게 날 평가했다. 주로 좋은 말을 먼저 건네며 이전의 차림들을 깎아내리는 식이었는데, 당장 코앞에서 칭찬하는 이를 두고 화를 내기도 뭐 한 일이었다. 기분이 좋은 것 같다가도, 돌아서면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남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전에 입었던 옷들을 다시 입어 보며 어느 부분이 어떻게 별로였는지, 나의 몸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했다. 그러다 보면 이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입던 옷이 나의 단점만 부각시키는 우스꽝스러운 옷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렇게 수납함에는 안 입는 옷들이 늘어났고, 새로 사는 옷들은 하나같이 정현이 칭찬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 번씩 따끔 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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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새싹 교육이 드디어 끝났다. 기억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다. 잘 해냈던 것들, 더 잘했어야 했던 것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GOOD 1) 같은 꿈을 꾸는 개발자 커뮤니티 생성. 나는 비전공자로 개발에 대한 정보도 없고, 어떤 걸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았다. 또, 함께 공부할 사람들이 있으면 더욱 자극받아서 함께 열심히 하려는 스타일인데, 그렇게 하지 못함에 아쉬움과 어려움이 컸다. 친구는 나의 이런 성격을 알기에 나에게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육 동안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졌고, 그만큼 서로를 애정 있게 챙기고, 존중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생성되었다. 현재의 인연에 집중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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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특정 다수를 본능적으로 조심하는 자다.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익명으로라도 말을 아낀다. 누군가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고 스스로가 수치스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은 기록으로 남지 않나. 기록된 글이 얼마나 세상을 떠돌며 이리저리 오해될지 복희는 두렵다. 작은 오해라 해도 말이다. 복희는 그런 것이 내키지 않는다. 댓글 따위 안 남겨도 상관없다. 많은 사람이 복희처럼 인터넷을 사용한다면 세계가 지금보다 좋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슬아는 생각한다. 자신도 복희처럼 보는 건 많고 쓰는 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집 바깥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뜩 보고 들은 뒤 집안사람들에게만 공유하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웅이는 다시 일한다. 차리는 일만큼이나 치우는 것도 만만찮은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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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라현, 엄마 말 잘 들어. '원래 그런' 건 없어. 당연한 것도 없고. 그러니까 애들이 당연하다거나 네가 이상한 거라고 하는 거 다 듣지 마. 그거 다 너희가 아직 어려서 상대방 상처 주려고 하는 말이니까. 알겠지? 알겠어. 근데 엄마. 왜. 왜 남에게 상처 주려고 그런 말을 해? 사람들은 가끔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해. 그냥 상처 주고 싶어 해. 그러니까 저 사람이 왜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지 네가 생각할 필요 없어. 이상했지만 이상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엄마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엄마는 그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고도 그날 양념치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하여튼 간에 엄마는 좀 이상했다. 엄마가 이상한 덕분에, 정말로 이상한 나도 덩달아 아무렇지 않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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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미약하게 빙하의 시린 냄새가 남아 있는 듯했다. 책을 끌어안고 자서 책에 남은 차가운 냉기가 천천히 심장을 얼어붙게 했으면 좋겠다고, 승혜는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후각은 촉감으로 전이되지 못했다. 대신 귓바퀴에 옮겨붙을 정도로 선명한 남극의 바람 소리가 들렸다. 특히 바다에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수두룩했다. 바다가 결국 바이러스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지구의 모든 것이 바이러스의 숙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주가 그렇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바다를 헤엄치면서도 우주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의 생명체가 바이러스 숙주의 삶이 아닌 개인의 역사와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걸 온전히 깨달았을 때, 그리고 그걸 느끼게 해준 존재가 깊은 바닷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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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사막에 가본 적이 없어요. 사람이 보는 것을 쓰는 건 아니잖니. 본다고 믿는 것을 쓰지.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생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본다고 믿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믿는 것만 본다. 그래서 보는 것만 쓸 수 있다고. 지평선에 별이 닿아 있었다. 은하수가 흘렀고 사방에 별이 깔려 있었지. 나한테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할 수만 있다면 평생 그렇게 누워 별만 보고 싶었다. 마치 나에게 우주가 말을 거는 것 같았어. 나와의 통화를 통해 아버지의 태도를 단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그것이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으려는 나의 고된 노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의 치료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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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에게 비 내리는 날 식탁에 앉아 너에게 첫 편지를 쓴다.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아. 네가 태어나기 한참도 전에, 네 엄마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해. 너도 알겠지만, 네 엄마와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어. 나는 중학교를 대안학교에서 다녔기 때문에, 그리고 그 학교는 외국 영화에나 나오는, 질서정연한 사립학교 같았기 때문에 난장판인 새로운 교실 풍경이 익숙하지가 않았어. 모두가 나한테는 날라리로 보였지. 그때 우리는 첫 짝꿍이 되었어. 삐딱하게 앉은 네 엄마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해. 짝으로 쟤만 아니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딱 걸린 거야. 작은 몸집에, 눈은 부리부리하고 당당히 파마머리를 하고 있었어. 첫날부터 교복 치마를 줄여왔더라. 심드렁한 목소리로 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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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던 모든 것이 다 틀렸어! 근사한 곳에 따로 숨겨져 있을 것 같던 곳들이 너무 어이없게, 가깝게, 별거 아니게 있어. 진짜 허무하게 아름답다. 보란 듯이 가만히 있는 파리. 그곳에서는 삶을 사랑하기가 보다 쉬웠다. 거리마다 가득한 찬란함과 나의 날을 엮을 수 있었다. 떠돌며 사는 한 나의 반짝임은 안전했다.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행이라는 정체성이 빠진 내게 발생하는 모든 일을.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나를 나로 만드는 모든 지점을 그 과정에서 동경했던 것들이 보였다. 그리움이 두려워 꺼내 보지 않았던 기억들과 닮고 싶었던 사람들, 나의 지금에 기여한 지난 시간들이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였고 다가올 미래의 일부분이었다. 나는 그날들과 눈을 맞췄다. 이맘때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