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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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없을 때 나는 봄을 가장 많이 생각했다. 책에 써두었던 문장이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같은 말을 다르게 썼다. 그리워하기 위해서는 멀리 있어야 한다고. 부재는 존재를 증명하고 상실을 통해 사랑의 소유를 실감하게 한다. 매일 여름인 곳에서는 진정한 여름을 느끼기 어렵다. 추위가 없다면 따뜻함도 느낄 수 없다. 이별이 없다면 사랑도 없다. 끝이 없다면 시작도 없다. 사라짐이 없다면 존재도 없다. 거리가 없다면 가까워짐도 없다. 이 때문에 부재를 예측한 문장은 한층 더 입체적이다. 빛과 소금의 노래 제목 가 내 마음처럼 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 아니라 떠나가지 말라는 말로 표현하는 사랑. 네가 없는 세상을 미리 그려보고, 그 세상의 허무함을 미리 깨달아 더 충실히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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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우리가 50년쯤 후에 다 같이 죽을 거라는 것보다 30년쯤 후에 다 같이 고아가 될 거라는 게 더 무섭지 않아?" 이면의 이경 따위, 표면과 표면만 있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옆구리에 낀 나일론 가방은 낙하산을 만드는 소재라고 했다. 한영은 낙하산을 써본 적 없지만 기분만은 알 것 같았다. 제대로 탈출하는 기분만은 말이다. 밤새 또 누가 살해를 당하고 사고를 당했을까. 윤나는 두 팔을 올려 스트레칭을 했다. 살아 있는 게 간발의 차이였다. 그 '간발 차'의 감각이 윤나를 괴롭혔다. 자칫했으면 이 팔들이, 살아있는 팔들이 썩고 있을 뻔했다. 죽음은 너무 가깝다. 언제나 너무 가깝다. 전철에서 지나치게 몸을 밀착하는 기분 나쁜 남자처럼 가깝다. 무시하고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 반면 윤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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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요가 수련을 우연히 시작했다. 당시 나의 마음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마룻바닥에 좌정하고 눈을 감고 있으면 졸리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 눈으로 사방을 살피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으스대는 삶이 멋진 인생인 줄 알았다. 고요를 의도적으로 만나려는 시도가 부질없어 보였다. 내가 왜 아침 일찍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보기에 우스꽝스럽고 얼굴은 붉어지며 표정이 일그러지는 운동을 해야 하는가를 의심할 때도 있었다. 3년이 지나도 요가의 씨앗을 내 마음에 심지 못했고, 나는 요가 훈련을 다른 일과를 소화하기 위한 준비운동 정도로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을 감고 수련하던 중 코를 통해 외부의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이 느껴졌다. 찰나지만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과 함께 순간으..